국가공인 KBS한국어능력시험
제91회 KBS한국어능력시험 최고득점자 후기 - 정규현
작성자 KBS한국어진흥원 작성일 2026-07-02 조회수 657 - 수험생
- 정규현
- 후기 내용
- 안녕하세요. 제91회 KBS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 정규현입니다.
[들어가며]
5년 만에 응시한 본 시험에서 예상치도 못한 좋은 결과를 얻게 되어 대단히 기쁘고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계실 수험생 여러분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후기를 작성하고자 합니다.
[영역별 공부법]
1. 듣기
많은 사람이 의외의 복병으로 꼽는 영역인 것 같습니다. 지문의 내용 자체는 모국어 화자가 듣고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으나, 말하는 순서대로 선지가 구성된 여타 외국어 시험들과는 달리 본 시험은 5개 선지를 순서 없이 찾아가며 진위를 판단해야 하기에 기출문제를 통한 연습이 필요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답을 조기에 찾은 것 같아도 지문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다 듣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세부 사항을 메모하는 데에 집중하기보다는 선지의 표현이 지문의 내용과 정말 일치하는지를 정확히 판단하는 데에 집중력을 쏟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2. 어휘
고유어, 한자 성어, 속담의 경우 실생활에서 사용할 일이 없는 것들이 많아 공부 부담이 컸습니다.
고유어의 경우, 기본서에 수록된 대부분의 고유어를 처음 접하는지라 마치 외국어 단어를 공부하는 것처럼 예문을 위주로 공부했습니다. 특히 고유어 중에는, 자주 사용되는 어떤 부정적인 어휘와 어감이 비슷한데 의미는 반대로 긍정적인 의미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단어들은 ‘ㅇㅇㅇ와 헷갈리지 말기’ 라고 따로 메모하고 자주 봤더니 오래 기억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시중 기본서에 수록된 어휘들이 시험 범위를 모두 포괄하는지도 의문이고 공부량도 많은 편이기에, 심리적 및 시간적 부담이 크시다면 생략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자 성어와 한자어의 경우, 저는 어릴 적부터 한자 공부를 제대로 한 적이 없어서 어려웠습니다. 저는 단순히 한글과 한자 단어를 나열해 외우는 것보다는, 동음이의 관계의 한자를 비교하며 비교적 쉬운 한자를 갈고리 삼아 외우는 방법이 효율이 높았습니다. 관용(寬容, 官用, 慣用)으로 예를 들면, “官은 ‘관청’의 ‘관’, 慣는 ‘습관’의 ‘관’, 容는 ‘수용’의 ‘용’”이라고 외우면서 거미줄을 치듯 접근해 자주 보는 한자들을 눈에 익게 만들었더니 문제를 풀 때에도 선지를 좁히기가 수월해졌습니다.
속담의 경우, 고유어에 비해 뉘앙스를 파악하기가 수월했습니다. 예문을 소리 내어 읽어보며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뉘앙스를 담아 청각적으로 기억하려 노력했습니다.
3. 어법
어법은 기본서를 읽으면서 공부하기가 너무 지루하고 머릿속에 정리도 되지 않아서 시험 직전 3일간 유튜브에서 10개짜리 무료 강의를 들었습니다. 어휘에 비해 어법은 하나의 개념을 이용한 변형 출제의 방식이 한정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면, ‘넓-’이 [넙]으로 발음되는 예외적인 경우를 출제하고 싶다면 ‘넓죽하다’ 또는 ‘넓둥글다’ 등을 출제해야 할 것이고, 불규칙 활용처럼 보이는데 불규칙 활용이 아닌 동사를 출제하고 싶다면 ‘쓰다’, ‘크다’와 같은 ‘ㅡ 탈락’을 내는 편이 오답의 매력도가 높아지니 그런 쪽으로 출제할 가능성이 높다는 느낌이랄까요. 어문 규정을 이해하고 외우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우선 1회독 해보며 예시 위주로 가볍게 이해하고,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영역에 대해서는 기출문제를 집중적으로 학습하거나, 해당 영역의 빈출 어법과 예시 어휘를 짚어주는 강의, 또는 수능 ‘언어와 매체’ 족집게 강의 등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합니다.
4. 쓰기, 창안, 읽기
이 세 영역은 매 시험 출제되는 문항의 형태가 유사하기에 기출 훈련으로 극복하기에 가장 수월한 영역이고, 공부 방법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문항 구성의 형태는 다르지만, 세 영역 모두 정답과 오답의 근거를 지문 또는 보기에서 찾아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정답률 상승과 시간 단축의 지름길이라 생각합니다. 어휘나 국어 문화의 경우 기출 연습을 많이 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습니다만, 읽기 영역은 기출 연습과 체화를 통해 효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만약 기출문제가 충분하지 않으신 분은 시중의 수능 비문학(독서) 문제집 중 해설지가 자세하기로 유명한 것을 한 권 활용해 공부하시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저는 이번 회차 시험에 까다로운 지문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집에서 모의고사를 풀 때는 15분 정도가 남았었는데 본 시험에서는 읽기에 시간 배분을 잘못해서 후반부를 후다닥 풀고 30초 남기고 마킹을 마무리했습니다. 만약 시험장에서 지문의 용어 간 관계 파악이 쉽게 되지 않고 단어와 문장이 ‘튕겨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으신다면 한두 지문 정도는 넘어가시고 선택과 집중을 연습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5. 국어문화
가장 약한데 공부 시간도 많이 들이지 못한 영역입니다. 국문학 영역은 거의 공부하지 못했고, 훈민정음은 서문만 외웠습니다.
근대 국어나 수어, 점자 등은 기출문제를 몇 번만 풀어 봐도 문제 푸는 감을 익히는 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법령 용어의 순화는 다소 어렵지만 자주 나오는 어휘의 풀이 좁아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문학 영역은 블로그나 유튜브에 잘 정리된 자료가 정말 많습니다. 평소 문학 작품에 관심이 많으시거나 수험 기간이 3~4주 정도로 여유가 있으신 경우에는 그러한 자료를 폰에 받아 두고 자주 보며 눈에 익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며]
어릴 적부터 독서와 거리가 멀었던 저는 학창 시절 국어 과목으로 가장 많은 고생을 했었습니다. 틀려도 왜 틀렸는지 모르겠고, 해설지를 보면서 내 생각이 옳다고 우기고 싶었던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답을 판단하는 방법과 객관적인 기준을 알게 되니 틀리는 문제가 점점 줄어들어서 공부하는 재미를 느끼는 경험을 할 수 있었고, 그 경험 덕분에 지금 이 시험에도 도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KBS한국어능력시험은 절대적인 공부량이 중요한 영역과, 문제를 잘 풀어내는 안목과 스킬이 중요한 영역으로 나뉘어있는 시험입니다. 만약 읽기나 듣기 연습을 많이 해도 문제를 푸는 스킬이 늘지 않는다면 공부량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영역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마음을 가볍게 먹고 여러 회차를 응시하며 다른 공부를 병행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본 시험을 응시하시는 분들 중에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신 분들이 상당수 계실 것 같습니다만, 저도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운 좋게도 좋은 결과를 얻은 덕분에, 이를 작은 원동력으로 삼아 씩씩하게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여러분이 나아갈 길에 행운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