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인 KBS한국어능력시험
제82회 KBS한국어능력시험 최고득점자 후기 - 김현성
작성자 KBS한국어진흥원 작성일 2024-12-26 조회수 41,561 - 수험생
- 건국대학교 의과대학(재) 김현성
- 후기 내용
- 안녕하세요, 제82회 KBS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 김현성입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2-급을 목표로 공부했고, 공부 기간도 그다지 길게 잡지 않았기에 수석은 생각도 하고 있지 않던 차에 갑작스럽게 연락받게 되어 지금도 제가 최고 득점이라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습니다.
사실 저는 공부를 해 나가면서 저만의 특별한 공부법이랄 게 딱히 없었기 때문에 이 후기가 여러분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이 시험을 준비하면서 느꼈던 점들과 소소한 요령들이 여러분의 합격을 향한 여정에 미약한 길잡이 역할이나마 할 수 있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먼저 이 시험이 제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여타 국어 시험들과 가장 크게 달랐던 점은 역시 어휘 문제였습니다. 몇몇 문제는 배경지식으로 그럭저럭 넘길 수 있었지만 생전 처음 접하는 고유어나 관용 표현, 속담 등은 완전히 새로 공부가 필요했던 유형들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 문제들에서 가장 애를 먹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현실적으로 모든 어휘를 다 꼼꼼하게 외울 수는 없었기 때문에 일단 교재에 나와 있는 빈출 어휘들부터 우선적으로 외운 다음에 나머지 단어들을 훑어보는 식으로 공부했습니다. 특히 단어는 하루에 많은 양을 접해서 보는 것보다 매일매일 조금씩 보면서 오랜 시간 동안 서서히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방식이 제게 잘 맞아서, 공부 기간 내내 일정 시간은 단어에 할애하는 등 나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암기 방식을 선택했던 게 좋은 점수를 받는 데에 큰 영향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어법 문제는 예문을 많이 접해보는 게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문법은 단어와 문장이 함께 어우러져 있을 때 훨씬 더 이해하기도 쉽고 머리에도 잘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문법을 공부할 때는 반드시 예문을 같이 읽어 보면서 문법이 문장 속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원리와 구조 자체를 익히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어휘와는 달리 문법은 단순 암기가 아닌 법칙의 체계에 어느 정도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이에 맞게 대비를 한 결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읽기는 문제 유형이 수능과 많이 비슷해서 수능 공부를 했을 때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문을 한 번에 완벽하게 이해하려 들기보다 처음에는 글의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느낌으로 큰 의미의 뼈대를 따라가다보면서 읽은 다음엔 선지를 보고 지문을 다시 봐 가면서 글의 내용을 구체화시키는 방법, 또 글을 읽는 내내 글의 줄기가 되는 중요한 문장과 내용 전개에 별로 영향을 주지 않는 문장을 구별해 가면서 읽고, 지금까지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글의 흐름이 어떻게 되어갈지를 미리 생각하면서 읽는 방식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일상에 국어와 관련된 습관이 스며들도록 하는 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공부하는 도중에 이 시험이 흔히 ‘점수가 이미 정해져 있는’ 시험이 아닐지 하는 느낌을 적지 않게 받았습니다.
단기적으로 준비하기에는 범위가 너무 방대하고, 심지어 범위가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인지조차 불분명한 점 때문에 공부한 내용보다는 평소 실력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시험 특성상, 평소에 언어 습관을 길러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궁금한 게 있으면 잘 참지 못해 책을 읽다가도, 유튜브를 보다가도, 심지어는 자기 전인데도 모르거나 헷갈리는 단어가 나오거나 생각만 나도 곧바로 사전을 찾아보는 게 오래전부터 습관이 되어 그 덕분에 언어생활에서의 어휘력 기반을 탄탄히 다질 수 있었습니다.
또 대학 입시를 치를 때 공부 시간 사이사이에는 쉬는 시간마다 국어사전을 들어가서 궁금했던 단어를 찾아보거나 읽다 만 항목을 찾아보는 게 저의 생활 속 습관이 되었고, 이 습관이 시험을 준비하는 데에 이상한 취미라는 색안경이 들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시험에서 정말 큰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할 것이 바로 국어에 대한 ‘흥미’라고 생각합니다. 흥미가 있으면 자연히 지식이 뒤따라오고, 지식이 있으면 자연히 디테일이 뒤따라옵니다. 그리고 그 지식과 디테일이 시험 고득점과, 나아가 전반적인 국어 능력 향상의 자양분이 됩니다.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말은 우리들의 생각과 관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어휘가 풍부해지고, 문법이 체계화되고, 독해력이 향상되면 자연스레 더 섬세하고 풍요로운 사고가 가능해지고, 이 경험은 필연적으로 국어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킵니다.
그리고 또 이런 흥미가 국어 능력을 배가시키고, 결과적으로 흥미와 능력이 끊임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국어 학습이 재미있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저는 이 재미야말로 국어 공부를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원동력이라 믿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시험에 대한 부담보다는 우리의 말을 배우는 데에서 오는 재미를 알고, 그 재미와 함께 공부해 나가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저의 이 수기가 여러분의 국어 학습에서 재미를 느끼는 데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께 행운이 있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