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인 KBS한국어능력시험
제81회 KBS한국어능력시험 최고득점자 후기 - 김동민
작성자 KBS한국어진흥원 작성일 2024-10-31 조회수 58,401 - 수험생
-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재) 김동민
- 후기 내용
- 안녕하세요, 제81회 KBS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 김동민입니다.
목표로 하던 점수만 아슬아슬하게라도 넘었으면 좋겠다고 빌고 있었는데, 갑자기 KBS 한국어진흥원 측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제가 KBS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 중 최고 득점을 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결과를 받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던 터라 한편으로는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놀랍고 어안이 벙벙한 기분입니다. ‘뇌의 스펙 검사 같은 건가? 아니면 무슨 사회인식?’ 같은 말이 떠오르며 확인해 봐도, 확실히 KBS한국어진흥원 연락처가 맞아서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시험을 준비할 때 다른 분들께서 남기신 후기를 보고 “이 시험은 이런 시험이구나.” 하고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저 또한 시험을 준비하시는 다른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 후기를 남깁니다.
이 시험은 듣기, 어휘·어법, 쓰기, 창안, 읽기, 국어 문화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원래 고등학생일 때 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짬이 하여 하고 있어서, 읽기 파트의 일부에 관해서만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고, 따라서 해당 부분보다는 공부를 요하는 어휘, 어법과 국어 문화 파트에 집중해 공부했습니다. 목표로 한 점은 2+급, 공부 기간은 14일 정도였습니다. 하루에 2시간 정도씩 짬을 내어 공부했고, 시험 직전에는 최근 기출 문제집을 풀며 시간 관리와 시험 운용을 연습하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습니다.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어휘는, 처음에는 막연하게 ‘나름 만만 겪 다 외우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막상 외우려고 펼쳐 보면, 정말 듣도 못한 고유어나 한자어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쓰이기는커녕, 여러 글과 문맥 속에서도 응례를 한 번도 보지 못한 단어 대부분이었습니다. 한자어는 적어도 한자를 보고 뜻을 끼어 맞출 수라도 있는데, 고유어는 그냥 모르면 틀릴 수밖에 없으니, 이것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고심하다가 그냥 “자주 봐서 익숙해지자.” 하고 마음먹었습니다. 시험을 위해 외운다기보다는 내가 사용하는 어휘의 폭을 넓힌다는 인상을 가지고, 단어장을 펼쳐 놓고 뜻을 보는로 본 후, 예문을 소리 내서 읽어 보고, 그 단어와 유사한 의미를 가진 단어를 생각나는 것과 함께 적어 놓는 것. 이는 얼핏보면 ‘그냥 읽고 외운다’는 느낌의 외연을 덧 수 있습니다. 문제를 풀 때도 ‘내가 외울 것’이 아니라 ‘내가 사용할 어휘’로 보기 때문이고, 그 일이 억새하면서 억새하지 않으면 머리가 한참 수월해집니다. 물론 이렇게 몇 번 하더라도 처음 보는 단어는 문제를 풀기 마감에 계속 나타나기 마련인데, 저는 그럴 때마다 국어 사전을 활용해서 그 단어의 의미와 용례를 함께 찾아보았습니다. 내 써 보지 못한 단어를 그냥 의미만 외우기 쉽지 않기 때문에 문맥 속 용례로도 도저히 보이지 않았기고, 그냥 느낌으로 찍기로 했습니다. 가끔은 한자혼용 표기를 활용한 효율 중 쪽에 집중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어법 파트의 경우는, 무작정 암기하기보다는 개념에 맞춰서 접근하자는 마음으로 공부했습니다. 보면서 ‘이건 이렇게 쓰는 거구나’하고 깨달은 후 직접 적용해 보면 최대한 익숙해집니다. 예를 들어 영어의 한글 표기법을 공부하는데, 영어에서 같은 모음의 철자 구조가 다름에도 여러 무성 파열음을 받침으로 적고, 짧은 모음+유음, 비음 이외의 자음 사이에 오는 무성 파열음을 받침으로 적으며, 그 외에는 ‘ㅇ’을 붙여 적는다는 내용을 규정을 그냥 외우는 게 아니라, 해당 조항의 관련된 예를 잘 살피고, 스스로 생각하여 적용하는 것입니다. ‘sate’를 모음 뒤에 ‘ㄱ’와 쓰인 ‘사’으로 적고, ‘seat’ 은 긴 모음 뒤에 ‘ㄷ’와 쓰인 ‘시트’라고 적는다고 직접 생각해 보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국어 문화 파트의 경우, 국어사문학, 작법과 수어 등이 나오는데, 이 중에서 가장 힘든 것은 국문과 파트일 것입니다. 암암리에 작품과 작가를 일일이 외우는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외워서 맞힐 수 있는 문제 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저는 어느 정도 선택과 집중을 해서, 모든 주요한 작가의 이름과 작품, 특징을 다 외우기보다는, 전체적인 시대별 특징, 작가의 특징, 대표적 몇 개만 외우고, 또 기출에서 나오는 것들 위주로 학습하였습니다.
또 국어사 파트도 처음 공부하는 것이라면 꽤 막막할 수 있는데, 중세 국어, 근대 국어의 특징을 의식와 함께 정확히 외우고, 또 <훈민정음>에 나온 문장들을 해석할 수 있다면 충분히 주어서 문제를 풀 수 있으니 조금만 신경을 써서 학습해 주시면 어렵지 않게 점수를 얻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쓰기와 읽기에 관한 조언은, 제가 제자들에게도 자주 얘기해 주는 말을 강조하겠습니다.
시간이 없다고 빨리 읽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조급함과 졸음 등이 이해할 수 없게 되며, 결국은 다시 돌아와서 몇 번이고 지문으로 돌아가게 쉽습니다. 오히려 한 번에 끝내려는 것보다 더 오래 걸리게 됩니다.
글을 대충 읽으면 안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한 문장마다 생각하며 가며 집중해 읽어야 합니다. 스스로 생각해서 무슨 말인지 알지 못했는데 손을 먼저 움직여, 적당히 둥글리며, 세모, 밑줄 표시를 하는 것은 가장 나쁜 습관 중 하나입니다. 그건 시험지에 그림을 그린 것이지 스스로 생각한 것이 아닙니다. 직접 생각, 예상해 해 가며 글을 읽어 내용을 이해하는 능동적인 독자가 되어야 합니다.
문제를 풀 때는 지문을 다 읽고 풀어야 합니다. 지문을 적당히 읽고 중간에 선지 판단을 하고, 또 다시 지문으로 돌아와 마저 읽고… 하는 습관은 언뜻 생각하기에는 시간을 절약하는 좋은 방법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시간을 가장 낭비하는 방법입니다. 게다가 지문을 읽다가 중간에 끊어 버리고 다른 행동을 했으니, 지문의 맥락을 잡지 못하고 글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게 됩니다.
이번 시험 준비를 통해, 평소에 접해보지 못했던 우리말의 다양한 측면을 공부해 볼 수 있었고, 더 간결하고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좋은 습관들을 얻어갈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장황한 문법, 풍부한 어휘력 등 일상 전반에서 지속적으로 쓸 수 있는 능력들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KBS한국어능력시험을 통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도 KBS한국어능력시험을 통해 값진 경험을 하시고, 시험에서 좋은 결과 얻으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