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인 KBS한국어능력시험
제71회 KBS한국어능력시험 최고득점자 후기 - 김현지
작성자 KBS한국어진흥원 작성일 2023-03-02 조회수 45,424 - 수험생
-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김현지
- 후기 내용
- 안녕하세요. 제71회 KBS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 김현지입니다.
졸업을 앞두고 자격증을 준비하는 내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확신 없이 첫 시험이니 그저 나쁘지 않은 성적만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최고 득점자 후기를 작성하게 되다니 지금도 믿기지 않고 그저 얼떨떨하기만 합니다. 자격증을 준비하 던 지난 한 달여간을 돌아보면 후기를 작성하는 것이 민망할 만큼 주먹구구식으로 공부해 왔던 것 같지만, 그래도 제 나름의 방식을 적은 이 글이 앞으로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 봅니다.
모든 자격증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 분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항상 시험을 보듯 시간을 정해 두고 기출 문제를 풀었습니다. 한정된 시간 내에 문제를 풀기 위해 애쓰다 보면 어떤 영역에서 유독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알 수 있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읽기 영역, 그 중에서도 특히 학술문을 푸는 데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당장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우선 건너뛰고 다른 영역으로 넘어간다고 해도 문제를 푸는 내내 두고 온 것이 신경 쓰여 온전히 집중할 수 없기에, 저는 학술문을 가장 마지막에 푸는 방식으로 문제 풀이를 해 왔습니다. 듣기 말하기 영역부터 창안 영역까지는 순서대로 풀되, 읽기 영역에 다다르면 문학까지만 풀고 곧장 국어문화 영역으로 넘어가 열 문제를 해결한 후 다시 학술문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다른 영역을 모두 풀고 나면 남은 시간 동안 온전히 학술문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어서인지 정답률도 이전보다 확연히 높아졌고, 이러다가 뒤쪽 문제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끝날지도 모른다는 조바심 역시 줄어들어 상당히 유용했습니다. 만약 유독 잘 풀리지 않는 영역이 있다면 조바심을 내지 말고 다른 영역부터 해결한 후 다시 느긋한 마음으로 집중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기출을 푸는 것 역시 좋은 점수를 얻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공부할 때 제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부분이 어휘 어법 영역이었는데, 어휘의 경우 당장 고유어만 해도 양이 방대하여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공부를 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에 기출을 풀며 빈출 어휘를 외우는 것이 최선이었습니다. 그 밖에도 나름대로의 팁이 있다면 '네이버 국어 퀴즈'를 이용하는 것인데, 사자성어부터 맞춤법, 순우리말, 속담, 외래어까지 다양한 문제를 풀 수 있기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휴대폰으로 퀴즈를 푸는 방식이라 이동 중일 때와 같은 자투리 시간을 이용할 수 있어 좋기도 했습니다. 어법의 경우에는 기출 문제를 풀다 보면 어느 정도 패턴을 파악할 수 있는데, 자주 등장하는 표준어 규정을 위주 로 공부한다면 어떤 문제가 나오든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수능을 준비하던 때 풀었던 어법 문제집이나 참고서가 있다면 그것을 살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는 자격증 문제집보다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어법 문제집이 훨씬 더 체계적이고 자세하여 이해하고 적용하기 쉽습니다. 저도 공부하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한국어가 좋아서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은 마음에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했고, 나름대로 배울 만큼 배웠다고 자부했으나 KBS한국어능력시험을 준비하면서 그것이 저의 자만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한국어 모어 화자들에게 한국어 공부는 평생을 안고 가야 할 과제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비단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공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지 않으나 여전히 존재 하는 고유어들, 점차 줄어들고 있는 방언들, 일상 속에서 문득 발견할 수 있는 한국어에 대한 이슈들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공부가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KBS한국어능력시험은 한국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제고하는 데에 상당 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실 응시자 분들도 시험을 준비하시는 동안 모쪼록 한국어와 조금 더 가까워지실 수 있기를 기원하며 여기서 후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