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인 KBS한국어능력시험
제63회 KBS한국어능력시험 최고득점자 후기 - 신한결
작성자 KBS한국어진흥원 작성일 2021-09-02 조회수 19,866 - 수험생
- 한결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졸)
- 후기 내용
- 안녕하십니까. 제63회 KBS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 신한결입니다.
시험이 끝나고 나서는 들린 문제가 꽤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입안이 썼던 것 같은데 이렇게 최고 득점자가 되는 영예를 얻게 되니 얼떨떨하면서도 기분이 좋습니다.
저는 이번 시험이 세 번째 경험이었습니다. 처음 응시한 시험에서는 2+급을 받았고, 두 번째 응시했을 때에는 1급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점점 발전된 결과를 이뤄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다른 최고 득점자 분들의 후기처럼 도움이 되는 공부 방법을 공유해드리면 좋겠지만 송구스럽게도 저에게는 나눌 만한 특별한 비법이 없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그래도 보편적이지는 않을 테지만 제가 생각하는 고득점 방법을 짧게 풀어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권해드리는 바는 기출 문제를 가능하면 다 풀어보라는 것입니다. 어떠한 종류의 시험이든 기출 문제를 풀어 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시험의 특성이나 난이도를 미리 체험하고 그에 익숙해지면 실제 시험에서도 무난하게 문제를 풀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험도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경기 감각'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한데 기출 문제 풀이가 큰 도움이 됩니다. 제 경우에도 처음 KBS한국어능력시험을 응시할 때에 기출 문제집만 하나 가지고 시작했고 이번에도 별다른 기본서를 더하지 않았습니다. 오랜 기간을 두고 꾸준히 공부를 못 한다면 단기간에 요령을 익히는 것도 시험 고득점에는 도움이 되는 방법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기초가 전혀 없이 문제만 많이 푼다고 다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 기초가 뚝딱 쉽게 다져지는 바도 아닙니다. 한국어 능력의 기초는 별도의 공부도 필요하겠지만 평소 언어생활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의 경우를 말씀드리자면 어릴 때부터 글을 읽고 쓰는 일을 좋아했고 꾸준히 한국어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고등학교 때에는 도서부 활동을 하고 학부 시절에는 제 전공과는 관계없는 국어국문학과의 전공 수업을 듣기도 했습니다. 계속해서 수준 있는 한국어 환경에 노출된 이러한 경험들이 제 한국어 능력 기초 향상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KBS한국어능력시험을 준비하면서 기본서가 그렇게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 충분한 한국어 바탕이 있다면 앞서 말한 문제 풀이 위주만으로도 고득점을 노릴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기초서 하나 정도는 오랫동안 공부를 하셔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비슷한 맥락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은 흥미와 관심입니다. 공자께서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고 하셨습니다. 제가 학부 때 국어정서법 과목을 수강하면서 처음에는 국어어문규정집을 달달 외우는 시도부터 하다가 마음을 내려놓고 흥미로운 부분부터 용례를 살피다 보니 공부가 잘되고 좋은 성적을 받은 기억이 납니다. 그 뒤로는 평소에 어떠한 단어나 글을 접할 때 '이건 어원이 뭘까'라든가 '이 부분은 이렇게 쓰면 더 좋겠어' 와 같은 생각을 하며 보는 것을 자연스레 즐기게 되었습니다. 응시자분들도 시험을 준비한다는 생각을 넘어서 자신의 한국어 능력이 향상되는 일 자체를 즐기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점수도 같이 올라가리라 감히 장담합니다.
많은 분이 다양한 필요에서 KBS한국어능력시험에 응시합니다. 저도 스스로 수준을 시험해보고 싶은 김에 국가공인자격도 하나 따자는 생각으로 처음에 응시했던 것이 어느덧 세 번째에 이르렀고 최고 득점자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를 풀면서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단어 또는 방언을 알게 되는 경험이 제게는 또 하나의 큰 수확이었습니다. 다른 여러분도 각자 세운 목표를 성취함은 물론이고 다른 얻어가는 바가 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시험이 응시자 모두에게 우리말과 글을 아끼고 즐기는 계기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하나 더 바라며 부족한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