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인 KBS한국어능력시험
제61회 KBS한국어능력시험 최고득점자 후기 - 박진수
작성자 KBS한국어진흥원 작성일 2021-03-04 조회수 9,157 - 수험생
- 박진수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재학)
- 후기 내용
- 안녕하세요, 제61회 KBS한국어능력시험에 응시한 박진수입니다. 사실 시험 볼 때만 해도 제가 여태 보았던 시험 중 가장 어렵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어렵고 헷갈리는 문제들이 많고 시간 역시 빠듯한 편이어서 자신이 많이 없었고 제발 2급만 땄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험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런데 최 고 득점자가 됐다니 기분이 정말 얼떨떨하고 신기합니다.
시험을 준비하게 된 계기로는 일단 글쓰기와 깊이 연관된 언론정보학과로서 적어도 한국어를 정확히 알고 올바르게 쓸 줄 알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던 게 가장 컸고, 코로나 시기 방학 때 특별한 활동이 없어서 남는 시간을 시험 준비로 유익하게 사용해야겠단 생각 역시 갖고 있었습니다. 이전부터 한국어에 관심이 많았던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였는데, 고등학생 때 문학 동아리를 했고 대학교 때 한국어 강의를 교양 수업으로 많이 들었었습니다.
저는 동네 서점에서 산 기본서를 위주로 공부했는데요. 파트 별로 정리가 잘 되어있고, 특히 어휘 • 어법 부분은 기출 등을 분석해 깔끔하게 정리해 놓아서 준비하기 편했습니다. 하지만 푼 문제 수가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고 (특히 읽기나 창안 파트에서) 쉬이 정답에 이해가 가지 않는 문제들이 많았습니다. 시험 준비를 앞두고 기출 문제를 한번 풀어봐야겠다 해서 홈페이지에 올라온 문제를 풀어보니, 기본서의 변형 문제보다 훨씬 깔끔하긴 하더라고요. 역시 기본서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기출 문제 역시 많이 풀어보는 것이 효과적인 학습법일 것 같습니다. 저는 1회차밖에 풀지 않았지만, 최소 3~4회차는 풀어야 문제의 다양한 유형에도 익숙해지고 심적인 안정감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부 시간은 한 달 동안, 하루에 2~3시간 정도를 투자했습니다.
아마 이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가장 어렵고 까다롭게 느낄 부분은 역시 어휘 • 어법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정말 살면서 이런 단어를 쓸까 하는 수준의 생전 처음 보는 단어들도 문제에 많이 등장해서 저도 처음엔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일단 새롭게 접하는 단어들이 바로바로 외워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저는 기본서의 고유어/한자어/관용어/속담을 정리한 부분을 틈틈이 보면서 뜻을 모르는 단어/관용어들을 머릿속에 기억시키려 노력했습니다. (시험에서 처음 보는 단어는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요) 저는 한자는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익혀와서 큰 어려움을 못 느껴서 고유어 위주로 공부했습니다. 어법 같은 경우 새로 익힌 어법을 실제 글로 직접 적용해 보면서 잘 습득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빈출 규정이 있는 표준 발음법과 로마자 표기법은 규정 위주로 살펴봤으며, 규칙성이 옅은 표준어나 외래어 표기법은 기출 문제나 헷갈리는 것 위주로 공부했습니다. 어법 • 어휘는 처음 보면 현실에선 크게 쓸모없는데 비중은 많은 계륵 같은 파트라 여길 수 있겠지만, 공부하면 할수록 한국어 어휘력과 올바른 어법에 대한 지식이 늘어간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파트라고 생각합니다. 방학 동안 맡은 동아리 영상 자막 제작에도 도움이 됐고요.
개인적으로는 읽기 파트가 부담이 가장 컸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보다 글을 천천히 읽는 편이어서 빠르게 핵심만 파악해서 넘어가는 데 어려움을 느꼈기 때문이죠. 시험 시간 1시간을 넘기고 읽기에 들어섰는데, 15 분을 남긴 상태에서야 부랴부랴 다음 파트로 넘어갈 수 있었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책을 거의 읽지 않는 편이었고 SNS에 올라오는 관심 있는 기사나 논평만 조금 읽는 편이었는데, 앞으로 독서에도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학은 그렇게 비중이 높지 않고, 수능 독서(비문학)에 해당하는 문제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이 파트는 문제에 익숙해지는 게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 수준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지금 외국어 공부하기도 벅찬데, 한국어를 왜 공부해?' 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어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가산점만을 노리고 이 시험을 공부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도 처음에는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국어능력시험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한국어 자체에 관심과 흥미가 커지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새로운 고유어나 속담을 찾아 뜻을 알아보고, 문제에서 주어진 잘못된 글을 고치고, 주어진 실용문을 읽고 보기와 내용이 일치하는지 파악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며 저의 국어 능력이 오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나름대로 재미와 효용을 느끼며 공부했던 것이 이런 좋은 성과로 이어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런 만큼 앞으로도 한국어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올바르고 아름답게 한국어를 사용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여러분도 한국어능력시험을 통해 저와 같은 한국어에 대해 더 알아가는 기쁨을 함께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