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인 KBS한국어능력시험
제37회 KBS한국어능력시험 최고득점자 후기 - 김혜지
작성자 KBS한국어진흥원 작성일 2015-03-04 조회수 2,391 - 수험생
- 김혜지(고려대학교 사회학과 재)
- 후기 내용
- 안녕하십니까, 37회 한국어능력시험에 처음 응시하여 예상외로 좋은 성적을 거두어 기뻐하던 차에 최고득점이라는 연락을 받고 부족한 실력이나마 후기를 쓰게 되었습니 다. 공부기간도 짧았고 특별한 비법이 있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읽게 될 후기를 써야한다는 부담감도 있습니다. 앞서 후기를 쓰신 많은 분들이 좋은 학습 방법 을 제시해 주셨기 때문에, 저는 한국어능력시험을 치르며 생각했던 몇 가지 느낀 점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지난 겨울방학은 계절학기를 듣다가 한 달이 금방 가버렸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한국어 시험까지는 2주 정도밖에 남지 않아 그제야 급한 마음에 기출서 한 권을 구입해 기출문제를 풀어보았습니다. 한 회를 풀고 난 저는 무작정 기출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어휘와 어법 등이 정리된 기본서 한 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시험 관련 기본서 역시 같이 보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저는 맞춤법을 나름대로 잘 지킨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정확히 알지 못하는 어법도 많았습니다. 때문에 어휘/어법 영역에 집중해서 학습했습니다. 이전에는'이 표현/띄어쓰기는 좀 낯설고 어색한데, 이게 틀린 것 같다'라고 생각했다면 정리된 어법을 공부한 이후에는 '이건 이러이러하기 때문에 틀린 어법이다' 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평소에 글을 많이 접해보는 것도, 써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험에서 보다 확실하게 문제를 풀고 넘어가고자 한다면 따로 정리된 어법을 보고 공부하는 것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제 모국어의 많은 법칙에 대해 정확히 안다는 것이 지금의 제 언어생활에도 많은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었습니다.
보통 한글은 쉽지만 한국어는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저도 이번 시험을 준비하며 많이 들었던 생각 중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국어가 모국어라는 이유로, 혹은 생활에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국어 공부를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수능 이후로 한국어 관련 문제나 이슈 등은 거의 접해보지 않았고, 이는 한국어 관련 학과생이 아니라면 거의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기출을 접했을 때는 다소 까다롭게 느껴지는 문제도 많았고, 왜 많은 사람들이 한국어능력시험을 어려워하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빌 어려움 없이 말하고 넘어가는 많은 문장들 속에 수십, 수백 가지의 규칙이 있습니다. 한국어는 사실 수많은 변화 끝에 만들어진 규칙과 다양한 어휘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정확한 한국어 사용을 위해서는 공부가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한국어능력시험은 비단 시험을 위한 '공부만으로' 단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시험이 아닙니다.
평소에 한국어를 바르게 사용하고자 하는 마음가짐과 실천, 우리들 주변에 있는 다양한 글에 대한 관심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장르를 가리지 않고 책을 가까이했고, 문학 동아리 등을 하며 시나 산문을 쓰곤 했던 것이 저의 한국어 능력 함양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부족한 지식이었을지라도 기본적인 맞춤법을 꼭 지키고자 했던 습관 역시도 좋은 고득점의 기초가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영어 성적을 위해 수많은 어휘와 다양한 관용어구, 유창한 발음을 공부하는 시대에 우리는 정작 한국어에는 너무 소홀하지 않았던가 생각해봅니다. 저 또한 다양한 글 읽기와 쓰기를 즐기는 사람으로서 이번 시험을 공부하며 느낀 바가 많습니다. 글로벌리즘이 강조되는 시대일수록 우리의 기본이 좀 더 탄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나가다 얼핏 보이는 안내문이라도 꼼꼼히 읽어보면 얼마나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생각으로 구성되어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국어에 관한 이러한 애정과 습관이 많은 사람들에게 내재된다면 보다 건강한 언어문화를 이루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나'의 언어생활은 곧 나 자신의 내면을 의미합니다.
이 시험을 공부하는 많은 분들께서 시험을 단지 자격 요건이 아닌, 진정으로 자신의 내면에 관해 깊은 성찰을 하는 기회로 삼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