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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인 KBS한국어능력시험

제36회 KBS한국어능력시험 최고득점자 후기 - 나인애

작성자 KBS한국어진흥원 작성일 2014-10-30 조회수 2,402
수험생
나인애
후기 내용
세종대왕님께서 만드신, 이치가 명확해 익히기 쉬운 한글 덕에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낮습니다. 그러나 실질 문맹률은 OECD 최하위라고 합니다. 국민 대부분이 글자를 알아보고 읽을 수는 있으나 문장의 뜻을 파악하여 생활이나 업무에 적용하는 실질적인 능력을 갖춘 이는 의외로 드뭅니다. 그래프나 수식이 나오는 실용문을 해석하는 능력은 심각할 정도로 뒤떨어진다니 전문 분야 연구는 말할 것도 없겠지요. 내년이면 햇수로 10년째를 맞이하게 되는 KBS 한국어 능력시험. 그동안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문제 유형도 많이 변했습니다. 해가 갈수록 단순 암기력을 요구하는 문항은 줄어들고 실용문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앞서 저를 비롯한 최고득점자 분들께서 이미 여러 번 강조한 내용들을 굳이 여기에서까지 반복하지는 않겠습니다. 시험을 치르며 얻은 제 나름의 요령을 영역별로 간단하게 말씀드린 뒤 한국어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당부하고 싶은 내용으로 글을 맺으려 합니다. 비교적 수월한 듣기 영역에서 들리는 문제가 있다면 특정 단어나 문장에 현혹되어 맥락을 잊기 때문입니다. 보기에 있는 표현이 그대로 들린다면 달콤한 함정일 수 있으니 다시 한번 살펴보고 전체 내용을 아우를 수 있는 답을 골라보세요. 별도의 공부가 가장 많이 필요한 어휘 어법 영역도 마냥 외우다 보면 힘들고 질릴 뿐 머리에 남는 건 없습니다. '왜 그런 건지' 이유를 파고들어 온전히 이해하면 잊히지 않을뿐더러 지적인 충족감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쓰기 영역은 다섯 문제가 한 덩어리입니다. 막히는 문제가 있다면 앞뒤 문제에서 실마리를 얻으세요. 창안 영역에서 요구하는 것은 공감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나 무난하게 받아들여질 보편타당한 내용을 담은 답을 고르시면 됩니다. 문학은 주관적이라 화자가 주제를 대하는 태도가 드러나는 서술어에 바로 답이 숨어 있습니다. 비문학 지문은 내용 자체는 낯설어도 문제가 생각보다 쉬워서 주제 파악만 하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으니 포기하지 마세요. 실용문은 놓치는 부분 없이 꼼꼼하게 읽을 수 있도록 충분히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예전에도 시험을 보신 분께선 국어 문화 영역의 문제 유형이 가장 많이 변화한 것을 느끼셨을 것입니다. 지금은 주어진 자료를 올바르게 해석해서 필요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문제가 나옵니다. 도서관과 서점에서 KBS 한국어능력시험 완전 정복을 약속하는 수많은 수험서를 보았습니다. 흐름을 반영하 지 못하고 단순 나열식의 1차원적인 내용으로 성의 없이 채워진 책이 부지기수였습니다. 이제는 많이 아는 게 아니라 두루 살필 수 있는 통찰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대입니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만 하면 웬만한 궁금증은 3초안에 해결할 수 있으니 백과사전식 지식보다는 핵심을 파악하는 힘을 기르는 공부가 필요합니다. 한국어능 력시험 공부도 강의를 듣고 문제집을 푸는 기본적인 방법과 더불어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 토론식으로 공부하고, 각자 일정부분을 맡아 직접 서로를 가르쳐보는 방식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단순히 지식을 받아 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보는 경험은 깊이 있는 사고를 가능하게 합니다. 2년 만에 시험을 보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두 시간을 온전히 견디며 100문제를 우직하게 풀어나가는 것이었습니다. 그새 짧아진 집중력을 통감했습니다. 똑똑한 기계에 의존해 정작 스스로는 점점 둔해져가는 것에 경각심을 느낍니다. 웹페이지를 읽을 때는 흔히 F자 형태로 읽어서 중요한 정보를 놓치게 된다고 합니다. 가볍게 즐기고 싶어서 웹 서핑을 한다고 해도 매번 마주치는 건 일부러 더 복잡하게 만들어놓은 것 같은 약관과 의도를 교묘하게 숨긴 홍보글입니다. 그 틈바구니에서 우리는 거짓과 진실을 가르는 안목을 가져야 합니다. 글이 조금만 복잡해지면 무조건적인 거부반응을 일으키며 '세줄요약' 을 요구하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평소에 긴 호흡을 가진 책을 읽는 습관을 잃어버리지 말아야겠습니다. 타고난 사람도 즐기는 사람은 못 이긴다 하였습니다. 꾸준히 관심을 갖고 아는 만큼 보이는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즐기다 보면 시험에서도 좋은 성적을 얻어 원하는 곳을 향해 발돋움하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KBS한국어능력시험 자격증의 유효기간은 2년이지만 공부하는 동안 깃든 우리말의 정수는 평생을 함께하며 여러분 의 삶을 밝혀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