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인 KBS한국어능력시험
제27회 KBS한국어능력시험 최고득점자 후기 - 김재희
작성자 KBS한국어진흥원 작성일 2012-09-13 조회수 2,292 - 수험생
- 김재희
- 후기 내용
- 처음으로 응시한 KBS한국어능력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게 되어 기쁘면서도 아직까지 얼떨떨한 기분 입니다. 사실 이번 8월 시험은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기대하지 않았고, 10월 시험에서 의 고득점을 목표로 하고 있었습니다. 2주 정도의 짧은 공부로 이런 결과를 얻게 되어 후기를 쓰자니 이 글을 읽으실 분들에게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그럼에도 시험 준비기간이 부족한 분들에게 혹시나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여 제가 2주 동안 어떻게 공부했는지 써보려고 합니다.
책은 세 권을 준비했습니다. 시중에 판매하는 한국어능력시험 기본서 중 가장 얇은 것 한 권과 기출문제집 한 권, 그리고 KBS한국어진흥원에서 발간한 『한국어 필수 어휘 해설」 한 권. 기본서를 공부하기 전에 기출 문제 한 회분을 실제 시험 시간에 맞춰 풀어보았습니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기에 앞서 풀어보는 기출 문제는 저의 현재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측정하고, 시험의 유형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기출 문제를 채점한 결과를 바탕으로 어느 부분에 공부 시간을 더 할애할 것인가를 결정했습니다. 제 경우에는 어휘, 어법, 국어문화 부분의 문제를 많이 들렸기 때문에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공부하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어법 부분은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등의 어문 규정을 중심으로 최대한 꼼꼼히 공부했습니다. 당장의 8 월 시험을 위한 벼락치기 어법 공부가 아닌 10월 시험, 그리고 앞으로의 바른 국어사용을 위해서 짧은 시간이지만 공들여서 어문 규정을 읽어내려 갔습니다. 원래 제가 공부할 때 사용하는 암기법은 여러 번 손으로 써서 외우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써서 외우는 대신 읽어서 외우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예를 들면 표준어 규정 제2장 제7항의 수캉아지, 수, 수컷, 수키와' 등과 같은 단어들은 접두사 다음에서 나는 거센소리가 인정된다는 점이 중요하므로, 두 번째 음절에 강세를 줘서 읽었습니다. 표준 발음법 제4장 제10항의 넓죽하다, 넓둥글다' 의 경우에는 '넓' 이 [넙]으로 발음된다 는 점을 기억하기 위해서 첫 음절에 강세를 줬습니다. '늘이다, 늘리다' 과 같이 구별하여 적어야 하는 말 들은 예문을 통째로 읽어서 외웠습니다. 이런 식으로 읽어가며 기하는 방법은 결과적으로 시험장에서 유효했던 것 같습니다. 알쏭달쏭한 어법 문제가 나왔을 때 소리 내지 않고 입을 움직여 지문을 읽어보면.
그것이 입에 익은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오답을 잘 피해갈 수 있었습니다. 표준어 규정의 단어들을 외울 때는 표준어 뿐만 아니라 비표준어도 외웠습니다. 물론 비표준어를 다 외울 순 없었고, 표준어라고 헷갈릴 수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단어 위에 가위표를 쳐가며 읽었습니다. 저는 알타리무, 봉숭화, 천정, 잇솔, 오얏, 안절부절하다, 신기스럽다' 등과 같은 단어를 표준어라고 혼동했기 때문에 확실히 비표준어라고 외워두었습니다. 표준 발음법에서는 일반적인 규칙에서 어긋나는 예외들에 주의했습니다. 제7장 제29항의 송별연' 이나 '6.25' 같은 예외는 두세 번씩 읽어서 잊어버리지 않게 했 습니다. 요약하자면 제 어법 공부방법은 '강세 줘서 읽기' 와 '예외에 중점 두기'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 습니다.
어법공부 후 맞닥뜨린 어휘는 저에게 가장 골치 아픈 부분이었습니다. 어휘력이라는 게 단기간에 확 늘 수는 없는 것이고, 거기에 표준국어대사전을 두께를 보니 한숨만 나왔습니다. 그래도 일단 부딪쳐 보기로 하고 기본서에 나와 있는 어휘를 빠르게 읽어내려 갔습니다. 한자능력검정시험을 준비했던 적이 있어서 한자어와 한자 성어는 수월하게 공부했지만, 문제는 고유어였습니다. 기본서에 나온 고유어들을 무작정 읽어 외웠지만, 하루만 지나도 머릿속에 남아있는 고유어는 몇 개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말을 이용해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KBS 「우리말 겨루기」 프로그램을 다시보기로 연이어 보았습니다. 퀴즈 프로 그램이어서 그런지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꽤 많은 고유어들을 노트에 적어낼 수 있었습니다.
국어문화 부분은 따로 기본서를 공부하기 보다는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공부했습니다. 예를 들면 보기에서 설명하는 작품을 고르라는 문제가 있으면, 정답이 아닌 작품들의 대략적인 설명도 꼭 찾아보았습니다. 근대 국어의 특징에 관한 문제를 풀었다면 근대국어뿐만 아니라 고대국어, 중세국어, 현대국어의 특징까지 간략 하게 공부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기출문제를 확장해서 공부하다보니 단기간에 비교적 많은 국어 지식을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취약했던 부분을 중점적으로 공부하고 난 뒤에는 기출문제를 풀었습니다. 문법과 국어문화 부분은 맞은 문제도 다시 분석했고, 나머지 부분은 틀린 문제만 확인하는 식으로 시간을 줄였습니다. 시험 전날은 그동안 공부했던 기본서와 기출문제집을 빠르게 두 번 속독하고 「한국어 필수 어휘 해설」 을 읽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찍 고사장에 도착해 가볍게 기본서를 다시 훑어보는 것으로 2주 동안의 짧은 공부는 일단 끝이 났습니다.
한국어능력시험을 한 번 치르고 난 다음 생긴 습관이 있습니다. 글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나 비표준어인 것 같은 단어가 나오면 그 자리에서 꼭 사전을 찾아보고 확인하는 것입니다. 버스 안에서도 문득 " '넝쿨째 굴러온 당신' 이었나? 덩쿨째 굴러온 당신' 이었나?" 라는 생각이 떠오르면 스마트폰으로 사전을 꼭 찾아봐야 마음이 개운해집니다. 문법공부하기 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말과 글들이 이제는 하나하나 눈과 귀에 와서 걸립니다. 한국어능력시험을 통해 고득점과 함께 좋은 습관을 얻게 된 것 같습니다. 성적이 발표된 후인 지금도 저는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단기간 준비로 최고득점을 하게 되어 민망한 기분을 떨치기 위해서 10월 시험에도 응시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주간의 공부보다는 느리고 깊게 한국어를 다시 알아가고 있습니다. 한국어능력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모두 다음 시험에서 좋은 결과 얻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