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인 KBS한국어능력시험
제27회 KBS한국어능력시험 최고득점자 후기 - 신벼리
작성자 KBS한국어진흥원 작성일 2012-09-06 조회수 2,329 - 수험생
- 신벼리
- 후기 내용
- 반갑습니다, 저는 신벼리입니다.
한국어 시험 공부를 하면서 제 이름 '벼리’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들은 제게 항상 이름의 뜻을 묻곤 했는데, 주위에는 ‘기강’이라는 한자어는 알면서 그 뜻이 ‘벼리 기’, ‘벼리 강’ 자로 이루어진 단어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자어가 아닌 우리말 ‘벼리’가 ‘세상의 일이나 글의 줄거리’이라는 좋은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곤 했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제게 한국어 시험 공부는 조금 특별했던 것 같습니다. 어렴풋이 자랑스러워하던 한글글을 좀 더 확실히 알고 익힐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그런 혼훈한 과정 속에서 공부하였지만, 처음 한국어 시험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름아닌 자격요건 충족을 위해서였습니다. 저는 대학교를 졸업한 후에야 언론 쪽으로 진로를 변경하게 되었고 공채 지원 자격요건에 한국어 시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두 종류의 한국어 시험이 있었으나, KBS 한국어능력시험이 창안, 국어문화 등 좀 더 다양한 분야를 다룬다는 것을 알고 재미있을 것 같았고, ‘우리말 겨루기’나 ‘바른말 고운말’ 등의 프로그램으로 평소에도 한국어를 널리 알리려는 데 앞장 선 한국방송이 주관한다는 것도 마음이 끌렸습니다. 마음먹은 대로 8월 19일자 KBS 한국어능력시험을 접수시키고 나니 이제는 공부하는 일만 남아있었습니다.
〈기본서 정독이 기본〉
그 때가 7월 초였던 것으로 압니다. 곧장 인터넷서점으로 가서 ‘KBS 한국어능력시험’이라고 검색해 보니 여러 책들이 나왔습니다. 몇 권의 도움되는 후기 덕분에 기본서는 쉽고 빠르게 정리할 수 있다는 모학원에서 나온 책으로 하고, 기출문제집은 가장 최근의 KBS 한국어능력시험 7권을 주문했습니다. 책을 받아놓고 나서 일단 기본서를 쭉 읽어 보았습니다. 열흘 정도 걸렸으며, 이론을 정독하고 문제를 푸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글 맞춤법, 표준어 등의 문법 부분은 무턱대고 규정을 처음부터 읽으려니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서, 이 부분은 문제를 먼저 풀고 이론을 확인하는 것으로 순서를 바꿨습니다. 틀리는 문제는 많아도 그만큼 제가 모르는 부분이 많아 알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단, 틀린 문제를 확인할 때에는 해설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돌아가 해당 규정 부분을 반드시 빨간 펜으로 표시하였습니다.
그렇게 7월 초순까지 기본서를 훑고 나서 저는 한자시험을 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관심으로 애초부터 2급시험을 접수시킨 상태였고, 꼬박 몇 주 동안은 한국어시험공부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루어보니 이때 공부한 한자어 나 고사성어가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기출문제 풀기, 단어는 꼼꼼하게 정리〉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서 예전의 제가 보았던 기본서를 다시 보고 싶었지만 우선 기출문제부터 풀어보기로 하였습니다. 3회분을 매일 50문제씩 풀어보았는데, 시간은 충분했으면서도 각 시험마다 약 25문제씩 틀렸습니다. 기출문제집 앞쪽에 있는 그래프상의 누적인원수를 일일이 더해본 결과, 제 예상등급은 3+등급이었습니다. 남은 시간은 일주일 밖에 없는데 생각보다 저조한 성적에 큰일났다 싶어 제가 틀린 문제를 분석하여 대책을 세워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가장 많이 틀렸으나 또한 가장 많이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어휘·문법 부분에 집중하기 위해 그제서야 단어책(한국어 필수 어휘 해설)을 사고, 읽기와 쓰기 부분은 문제를 많이 풀기 위해 기출문제집(6권)을 하나 더 샀습니다. 기출문제를 하루에 한 회씩 풀기 시작하였지만 여전히 20문제씩 틀렸고, 다만 문제를 푸는 것에 익숙해지길 바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짬짬이 단어책을 보았는데 생각보다 무척 재미있고 자주 출제된 단어들이 수록된 단어들이어서 나중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남은 며칠 동안에는 그 동안 푼 기출문제들을 하루에 2회분씩 틀린 문제만 — 어휘·문법을 위주로 — 빠르게 훑으며 조그만 수첩에 정리해 보았습니다. 오답노트라고 하기도 빈약한 단어수첩이었지만 시험 당일에는 그래도 요긴한 읽을거리가 되었습니다. 시험 전날에는 마지막으로 24회 기출문제를 풀어보았는데, 지금껏 진 시험 중에서 가장 높은 86점이 나왔습니다.
〈시험을 치고 나서〉
실제로 친 시험은 제가 느끼기에 어려웠습니다. 특히 모르는 단어들이 많이 나와서 내신 준비가 부족했음을 반성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최고득점자라며 축하전화를 받게 되어 무척 놀랍고 기뻤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을 위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제가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는지 곰곰이 따져 보겠습니다.
우선 공신력 있는 책 몇 권을 가지고 반복하는 것이 효율적이었습니다. 단 기본서는 가장 얇은 책으로 하고 단어책은 미리 사서 짬짬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기출문제집은 비싸긴 해도, 읽기나 쓰기는 따로 공부해서 올릴 수 있는 성적이 아니므로 감을 잡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고 거기에는 기출문제집을 좋은 자료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문법은 틀린 문제를 해당 규정에 맞춰 봄으로써 그 규정의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있었고. 어휘는 따로 정리를 함으로써 꼭꼭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국어 공부를 하면서 우리말의 바른 쓰임새나 발음, 속담 등을 새로 아는 것이 정말 신나고 재미있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틈만 나면 문제를 내는 놀이 아니 놀이를 하였습니다. 중간에 한자공부를 하였던 것, 매일 신문을 정독한 것, 가벼운 소설이라도 매주 몇 권의 책을 읽었던 것도 결과적으로 한국어 시험에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한국어 시험을 돌이켜 보니, 모국어가 한국어다 보니 이론적인 지식습득에는 그다지 어려움이 없었고, 오히려 듣기나 읽기 문제에서 물음을 잘 듣고(이해하고) 답하는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말을 할 때나 글을 쓸 때 좀 더 주의를 기울여서 한국어를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이 저의 변화된 모습입니다.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시험이라는 압박감에 어려워 느끼시겠지만, 사실은 향상되는 익숙한 한국어이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 한 켠에는 문제를 쉽게 보고 넘길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어시험에서는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한국어를 ‘좀 더 정확하게’ 알도록 하는 것이기에 막히는 문장에도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인다면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모두를 목표라는 바대로 KBS 한국어 능력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랍니다. 이 글이 시험공부를 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글이 길어졌습니다. 실력발휘하는 데에는 겸손해지지 맙시다. 힘내세요, 모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