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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인 KBS한국어능력시험

제20회 KBS한국어능력시험 최고득점자 후기 - 최상열

작성자 KBS한국어진흥원 작성일 2010-11-01 조회수 2,341
수험생
최상열
후기 내용
성적 발표 날, 터무니없이 높은 백분위를 보고 혹시나 했습니다. 다음 날 오전, KBS로부터 연락을 받고는 살짝 부끄러웠습니다. 이전 시험의 최고득점자들에 비해 낮은 점수, 개인 최고점에 비해서도 낮은 점수인데, 공동으로 최고득점자가 됐더라고요. 그래도 기쁜 마음에 후기를 남깁니다. 한국어능력시험에서 가장 공부할 만한 영역은 문법 영역이 아닐까 합니다. 가장 단시간에 점수를 올릴 수 있는 것 역시 문법이고요. 제가 문법 공부의 교과서로 삼은 책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광고가 될까 싶어 따로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공무원 수험서였습니다. 제법 방대한 분량인데다가 편집마저 거칠어, 끝까지 읽어내기가 쉽지 않은 책이었죠. 이 책만 두 번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모르는 것, 아리송한 것만 골라 암기장을 만들어 암기했습니다. A4로 스무 장 정도가 나왔습니다. 정작 만들면서는 뭐하러 이런 고생을 하나 싶었는데, 완성된 이후에는 효녀 노릇을 톡톡히 하더군요. 적어도, "아는 건데 틀렸다" 는 말은 하지 않게 됐습니다. 고득점을 노리시는 분이라면, 본인만의 암기장 하나쯤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해 영역은 한국어능력시험에서 가장 배점이 큰 영역입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하고요. 하지만 고시공부 하듯 뚜렷하게 공부할 거리는 없는 게 사실입니다. 제 경우에는 꾸준히 신문을 보아 온 것이 좋은 결과를 낳았던 것 같습니다. 한국어능력시험은 일반인 모두의 국어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면서, KBS 입사를 원하는 사람들의 기본능력을 파악하는 데는 특화된 시험이기도 합니다. 보도자료를 해석하는 문제, 도표간의 관계를 해석하는 문제가 나오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신문을 꾸준히 보는 것이 보통의 글뿐 아니라 자료를 해석하는 능력을 함께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험에는 전략 또한 중요합니다. 한국어능력시험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저는 이해 영역을 가장 먼저 풀 것을 권유하고 싶습니다. 마음이 조급해지는 이해 영역을 제대로 풀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순서대로 풀다 보면 마지막에 시험진행방송이라는 복병을 만나게 됩니다. 스피커가, 시험 감독관이, “15분 남았습니다”, “마킹하세요” 따위의 말을 외치는 거죠. 여기 신경 쓰다 보면 성질이 나고, 진도마저 안 나가는 사태가 벌어지기 십상입니다. 시간에 쫓기면 지문을 대충 읽게 되는데, 그러면 문제가 안 풀리고, 그래서 다시 지문을 들여다보고,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이해 영역을 가장 먼저 푼 뒤, 제법 괜찮은 전략이 될 수도 있다고 말씀 드리는 바입니다. 영어교육을 전공할 사람에게 영어 잘하는 비결을 묻는 적이 있습니다. “인풋”이 많아야 한다는 간결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한국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평소에 바른 한국어를 쓰려는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합니다. 앞서의 방법에 더해, “꾸준한 글쓰기”와 “사전을 찾는 버릇”, 두 가지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썼던 말도, 글을 쓰다 보면, 사전을 뒤적어 보면, 그 쓰임새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게 하나둘 쌓여 자연스럽게 실력이 되고, 따로 암기장 없이도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후기를 다 쓰고 보니, 또 부끄럽습니다. 운 좋게 딱 한 번 최고득점자가 돼 놓고 뭐라도 된 것처럼 훈수를 둔 건 아닌가 해서요. 더 열심히 정진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부족한 사람의 부족한 후기라, 한국어에 대한 여러분들의 열의에 조금이라도 불을 질렀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