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인 KBS한국어능력시험
제20회 KBS한국어능력시험 최고득점자 후기 - 류현우
작성자 KBS한국어진흥원 작성일 2010-11-01 조회수 2,356 - 수험생
-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4학년 류현우
- 후기 내용
- 안녕하세요. 이렇게 최고 득점자라는 자격으로 후기를 쓰게 돼서 영광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라 놀랍기도 합니다. 혹시라도 저의 경험이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작게나마 보탬이 될까 싶어 펜을 듭니다.
저는 현재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4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물론 전공이 ‘국어’다보니 다른 응시자들에 비해 학문적인 부분에서 익숙했고, 공부하기에 부담이 덜한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본 시험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준비를 통해 충분히 성적을 받을 수 있는 시험입니다. 약간의 관심과 노력, 시험에 대한 노하우가 있다면 더 훌륭한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2009년 8월 첫 시험
처음 KBS한국어 시험을 본 것은 작년 여름이었습니다. 여행을 다녀온 터라 시험 준비라고는 고작 모의고사 문제집 한 권 풀어본 게 전부였습니다. 그나마 학교 강의를 통해 문법규칙과 맞춤법, 외래어 표기법 등을 공부한 경험이 있어서 문제 풀이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마음을 편하게 갖고 봐서 그런지 준비한 노력에 비하면 만족스러운 점수가 나왔고, 10월 시험까지 시간이 꽤 있어서 본격적으로 한국어 시험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2009년 10월 시험
한국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내가 공부를 하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문법 부분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외우고 또 외우는 공부가 익숙해졌거든요. 교재는 따로 사지 않고 대학교 전공 과정에서 구입한 책과 교수님들의 필기노트를 공부했습니다. 저처럼 국어를 전공하시지 않은, 한국어 공부를 처음 시작하시는 수험생분들은 이론적으로 잘 정리된 교재를 사서 차근차근 정리하시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여하튼 저는 학교에서 다뤘던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공부했고, 암기도 열심히 해서 10월 시험은 자신 있었습니다. 어휘 부분도 약점이라 여겨서 저만의 어휘 노트를 만들어 고유어나 모르는 단어에 대해서도 틈틈이 익숙해지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시험을 봤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점수가 더 떨어졌고 등급도 한 등급 하락했습니다. 준비했던 노력과 시간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았는데 결과가 그렇게 나오니 허탈했습니다.
이전 시험과 비교해 봤을 때 문법영역에서는 백분위가 상승했는데 이해영역에서는 점수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모의고사를 보면 독해부분은 기복이 심한 편이었는데, 마침 실제 시험에서 안 좋은 점수가 나온 것입니다. 표현과 창안은 꼼꼼히 읽고, 문맥을 잘 따라가면 문제 풀이에 큰 어려움이 없었고 정답률도 꽤 높았지만 독해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는 문제가 있어서 그럴 것이라고는 생각했고, 당시 독해 점수가 기록을 보이는 원인에 대해서 크게 문제 삼지 않으면 단순히 컨디션 탓이겠거니 넘어갔습니다.
2010년 10월 시험
이후 거의 1년이 흘렀습니다. 솔직히 그 기간 동안 한국어 시험을 위한 준비는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언어능력이라는 것이 꼭 시험 준비를 통해서만 성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언어습관들이 모여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약 8개월 가량 매일 매일 신문을 읽었습니다. 1면에 있는 기사부터 사설까지 최대한 꼼꼼하게 읽으려 노력했습니다. 이 때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배제하고 텍스트에 담겨 있는 내용만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습관을 길렀습니다. 언어능력, 그중에서도 읽고 해석하는 능력은 자신의 생각을 배제하며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신의 생각을 배제한다는 것이 아무 비판 없이 글쓴이의 의견을 따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자신의 생각은 따로 정리하되 글쓴이가 이야기하는 논지와 근거가 무엇인지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어 단어 노트도 계속 옆에 두고 모르는 단어는 적어두고 틈틈이 봤습니다. 억지로 외우기보다 어린아이가 말을 배우듯 익숙해지려고 노력했습니다.
세 번째 보는 시험이라 시험에 대한 두려움이 적었던 것도 고득점의 한 이유인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시간 배정이나 문제 풀이 과정에 적응해 있었고, 이러한 점은 시험장에서 다른 신경 쓸 일 없이 오로지 시험에만 집중할 수 있게 했습니다.
문법과 어휘, 국어문화와 같은 영역은 짧은 기간 안에 충분히 공부할 수 있습니다. 직접적인 ‘지식’을 묻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독해영역은 평소 꾸준한 독서와 노력이 없으면 올리기 쉽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영역들과는 달리 직접적인 지식을 묻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글을 빠르고 정확하게 읽는가’라는 ‘기초 능력’을 평가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조바심은 가장 큰 적입니다. 차분한 마음으로 평소 다양한 글을 읽고,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며 꾸준히 공부하면 실력 또한 정진하게 쌓여 갈 것입니다.
제 글이 적거나마 도움이 되시기를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